미국 중산층의 사랑을 받는 자동차인 '시보레(Chevrolet)'는 프랑스계 미국인 레이서였던 '루이 시보레'에서 비롯된다.
1878년 12월 25일에 스위스의 La Chaux de Fonds에서 태어난 루이는 10살이 되던 해에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본(Beaune) 지역으로 이사했다. 그는 학교 공부에는 더 이상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마치고 자전거 수리점에 취직해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계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워갔으며, 16살에 프로 싸이클리스트로서 유명세를 탔을 뿐만 아니라 직접 자전거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루이는 '자전거'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었지만, 청년이 된 그가 당시 싹트고 있던 '자동차' 산업으로 그 열정을 옮기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는 프랑스의 여러 자동차 회사를 거치면서 자동차 기술자로서 발판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루이는 1900년에 대서양을 건너 당시 젊은이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미국 이민 절차에 시간이 많이 걸리자 캐나다에 먼저 정착해 6개월 동안 운전사를 하면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미국 입국 비자를 받아 미국땅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개인의 이상적인 삶과 자동차에 대한 꿈을 갖고 미국에 도착한 루이는 1903년 이탈리아 제작사인 피아트(Fiat)의 미국 지사에서 테스트 드라이버로서 일을 시작하였고, 1년 후인 1904년에는 자동차 경주 프로모터에게 발탁되어 미국에서 레이서로서의 꿈을 이루며, 여러 경주에서 우승하였다.
레이서로서 명성을 쌓아 가던 루이는 1907년 뷰익(Buick Motor Company)이 자동차 경주팀을 보강한다는 소식을 듣고 뷰익으로 자리를 옮겨 테스트 드라이버 겸 전속 레이서가 되었고, 여기서 GM(General Motors Corporation)의 설립자이자 이후 사업 동반자가 될 윌리엄 듀런트(William Durant)를 만났다. 듀런트는 1908년 당시 사업이 번창하던 뷰익을 기반으로 GM을 설립하였으나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부채가 늘어나 회사가 위태롭게 되자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이 때 회사를 세워 주겠다는 약속으로 루이를 설득하여 함께 독립했다. 그리하여 듀런트는 1912년 루이 시보레의 이름을 따 '시보레(Chevrolet Motor Company)'를 설립하였다. 시보레는 루이가 디자인한 '시보레 클래식 식스(Chevrolet Classic Six)'가 인기를 끌어 번창하였고, 미국 중산층의 사랑을 받는 제작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번창하고 있었으나 루이와 듀런트 사이에 불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루이는 시보레에서 '기술고문'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긴 했지만 실제적인 경영은 모두 듀런트의 소관이었고, 화려한 상류층 생활에 익숙한 듀런트와 겉치레를 싫어했던 루이의 생활양식이 너무나 차이가 컸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양식의 차이와는 대조적으로 차에 관해서 루이는 '시보레'라는 이름에 '걸맞는' 화려하고 고급스런 차를 만들고 싶어했던 반면 듀런트는 값싼 차를 양산해 수익을 얻길 원하는 또 다른 차이가 있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 사이의 불화는 더욱 깊어졌다. 결정적으로는 듀런트가 루이의 허락도 없이 주식을 발행하는 일이 생겨 루이는 결국 시보레를 떠나기로 결단했다. 시보레를 그만둔 후 이제는 정말로 자신이 경영자가 되어 1913년 '프롱트낙(Frontenac Motor Corp)'을 설립했고, 이 회사에서는 주로 4기통ㆍ 8기통의 경주용 차를 생산하였다. 레이서이기도 했던 루이는 프롱트낙 차로 직접 경주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는 프롱트낙 차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프롱트낙 차를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이후 선박엔진과 비행기엔진을 디자인하기도 했으나 실패하여 큰 빚을 지게 되었고, 생계비를 위해 자신이 그만 두었던 시보레의 공장에서 현장 기술자로 일하다 과로로 1941년 사망하였다. 그의 이름이 담긴 시보레는 GM의 디비전으로 여전히 미국의 굴지 제작사 중의 하나이며, 시보레 차는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