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선물하고픈 차, 들라예
과거 유럽에서는 직접 운전하고 싶은 차는 알파 로메오(Alfa Romeo), 뒷좌석에 타고 싶은 차는 롤스 로이스(Rolls-Royce),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차는 들라예(Delahaye)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라져 그 이름조차 희미한 자동차 회사 '들라예'는 과거 유럽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할 만큼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매력적이었다.
들라예의 설립자인 에밀 들라예(Emile Delahaye)는 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철도회사 엔지니어로 종사하다 내연기관에 매료되어 1894년부터 자동차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군수용품 제작사로 특수를 누려 총이나 기계 엔진, 비행기 부품 등을 생산해 납품했다. 전쟁 후에도 트럭이나 짚 등의 화물용 자동차 생산을 병행하며, 새로운 자동차를 원하는 시장(市場)의 요구에 따라 일반 승용차를 제작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부터 들라예는 코치빌더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뛰어난 성능과 눈에 띄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어필하게 되는데, 이는 1935년에 인수한 들라지(Delage)의 탁월한 안목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들라예는 프랑스 초기 자동차 회사로 몇몇 부품에 있어서는 앞선 기술을 적용하여 성능이 뛰어났으나, 그 때까지 일반인의 뇌리에 남을 만한 대단한 모델을 발표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들라예가 자동차 세계에서 일반인의 입에 자주 회자될 만한 자동차를 제작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Type 135이다.
그 중에서도 1936년 발표한 Type 135 'Competition'은 수많은 자동차 경주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는데, 3,557cc 6기통 엔진이 내뿜은 160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은 10년뒤 탄생한 전설적인 자동차 재규어 XK120의 최고출력을 앞지른 것이었다.
Type 135 'Competion'은 1936년 프랑스 GP에서 부가티 57G에 이어 2, 3, 4, 5등을 휩쓸었다. 또한 1937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하였으며, 이듬해인 1938년 열린 르망 24시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여 1위의 영광을 거머쥐고 명실공히 최고의 자동차로 인정받았다.
Type 135는 레이싱의 명성에 힘입어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는 당시 프랑스의 유명 코치빌더인 피고니(Figoni)와 샤프롱(Chapron), 레뚜네 마샹(Letourneur et Marchand) 등의 아름다운 보디와 어울어져 완벽함을 더했다.
2차 세계 대전 후, 135의 명성을 이어 가고자 1946년부터 135M, 135MS 등을 다시 선보이며 여기에 3,557cc의 Type 148, 4,455cc의 Type 175, 1,995cc의 Type 182 등을 추가 발표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코자 애썼으나 예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1945년부터 프랑스에서는 고급차에 대한 세금이 중과세되어 들라예 또한 트럭 및 군수용 자동차 제조로 경영방침을 바꾸었다. 그럼에도 심각한 경영위기가 계속되자 1954년 호치키스(Hotchkiss)에 합병되어 이후 몇달동안 호치키스-들라예라는 이름으로 트럭류를 생산하다, 호치키스 브랜드만 남게 되면서 들라예는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