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자동차 업계 진출
우리 나라 자동차업계에 대우자동차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때는 1983년이다. 하지만 대우의 자동차 업종 진출은 이미 그 이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새한자동차의 지분 50%를 인수한 1976년을 대우의 자동차업종 진출 원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견해일 것이다.
대우, 그 뿌리를 찾아...
한국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남한에는 그나마 극소수(일만 대 미만)이던 자동차라고 온전할 수 없었다. 폐허의 복구와 경제 재건을 위한 자동차의 필요성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전후 유일한 자동차 공급원으로는 피난지 부산의 폐차재생업계가 유일했다.
1955년 2월, 충남 공주 출신의 김창원, 김재원 형제는 부산에 신진공업사를 설립하고 자동차 정비와 폐차재생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57년 신진공업(주)로(사장: 金昌源) 사명을 바꾸고 시발자동차에서 제작한 국산엔진을 구매하고, 자체적으로는 차체를 만들어서 "신진"이라는 택시용 승용차를 제작 판매했다. 또한 미군 불하 차량을 이용한 마이크로 버스 생산도 병행하며 자동차 조립 업체로 자리잡았다.
1962년 9월, 신진공업사는 당시 최고회의의 자동차공업일원화 정책의 첫 단계로 실시된 자동차 조립공장 정리 계획에 따라 부산지역 유일의 자동차조립업체로 허가를 받고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편, 재일교포 박노정씨는 1962년 1월에 새나라자동차를 창업, 부평에 공장을 세우고 일본 닛산(Nissan)으로부터 '블루버드 P310'을 SKD(Semi Knock Down) 방식으로 들여와 '새나라호'라는 이름으로 '62-63년 사이에 2,773대를 팔았다. (※ SKD 생산 방식 : 제품을 반제품 형태로 들여와 조립하는 생산 방식) 그러나 이로 인해 새나라 자동차는 특혜 시비에 휘말려 1963년 7월 사업이 중단되며 한일은행의 관리하에 편입되었다(4대의혹 사건).
1963년 신진공업사는 지프 부속을 이용한 '새나라' 모양의 세단형 재생 승용차, '신성호'의 시판에 들어갔으나 부품의 조잡성과 잦은 고장으로 300대를 생산,판매하는데 그쳤다.
신진의 새나라자동차(주) 인수
새나라자동차 불하 방침을 정한 한일은행은 이를 공개 입찰에 부쳤고 우여곡절 끝에 예상대로 신진에 낙찰되었다. 신진공업사는 1965년 11월 새나라자동차(주)를 인수하고 신진자동차(주)로 이름도 바꾸었다. 신진은 새나라의 파트너였던 닛산자동차와는 손을 끊고 1966년 1월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기술 및 자재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사명을 신진자동차공업(주)로 바꾸고, 부평 공장에서 "코로나" 승용차의 생산을 시작했다. 신진은 1966년에 코로나 3,117대를 생산하여 성장기반을 다졌다. 1967년 5월에는 공랭 2기통 엔진을 얹은 퍼블리카를 생산했으나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다.
신진의 새나라 인수합병은 맹아 상태이던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자동차를 생산함에 있어 새나라자동차 방식, 즉 SKD(세미녹다운)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1966년 당시의 국산화율, 즉 국산부품을 쓰는 비율은 고작 21% 대에 머물고 있었다. 한편 65년, 67년 아시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설립됨으로써 정부의 자동차 업계 일원화의 정책 기조는 유명무실하게 되었다.(註: 기아산업은 1967년에는 아직 3륜차만을 생산하고 있었다.)
1970년 2월, 상공부는 자동차 국산화 계획의 일원으로 "자동차 엔진공장 건설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각 자동차회사에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신진은 토요타와 합작으로 엔진주물공장 건립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사업계획서까지 제출했던 일본 토요타가 당시 중국의 주사원칙(周四原則)에 호응해 한국에서의 철수를 결정하고 신진과 결별을 선언했다. (※ 주사원칙(周四原則) : 1970년 4월 일본·중국 무역회담에서 당시 중국 주은래 수상이 천명한 4개의 원칙. ① 한국과 대만을 돕는 자나 상사(商社)와는 교역치 않는다. ② 한국과 대만에 투자한 자나 상사와는 교역치 않는다. ③ 월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의 미국전쟁을 돕거나 무기를 팔고 있는 자와는 교역치 않는다. ④ 미국회사의 자회사(子會社)와는 교역치 않는다.)
신진은 당시 국내시장을 70%나 점하고 있는 주도세력이었음에도 자동차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까닭에 새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1972년 신진자동차공업(주)는 미국의 GM과 합작하여 제너럴 모터스 코리아(GMK)를 설립하고 1700cc급 '시보레'('72)와 '레코드'('72)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시보레 1700의 베이스 모델은 GM의 호주 자회사인 홀덴의 '토라나였다. 이 모델은 연비가 좋지 않고 우리나라 도로사정에 맞지 않아(저지상고)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후 GMK는 판매가 부진한 시보레 1700의 엔진과 섀시를 이용한 새마을 트럭('74), 앞뒤 모양을 조금 바꾼 카미나('76)와 이의 웨곤형인 카라반을 생산했지만 본래의 이미지 때문에 실패하였고 GMK는 이 때문에 경영 위기를 맞게 되었다. 결국 1976년 11월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편입되고 말았다. 상호도 새한자동차로 변경했다. 같은 해에 대우는 신진이 갖고 있던 한국기계(현 대우중공업)을 인수하였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1978년 새한자동차도 인수했다. (신진자동차는 GM코리아의 경영이 부실화되자, GM코리아와 별도로 지프車 생산을 시작했다.1974) 같은 해 7월에 열린 새한자동차의 임시주총에서 김우중씨가 대표이사로 선출하였다.
대우로 편입된 새한은 1977년 일본 이스즈가 독일 오펠의 카데트(Kadett) 3세대 모델을 개량해 만든 모델을 들여와 '제미니'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제미니는 유럽 스타일에 주행 성능도 좋으며 적재 공간도 넓었으나 부정적으로 남아있던 시보레 1700의 이미지로 인해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소형차 시장에서의 포니, 브리사등에 밀려 고전하던 새한은 1978년 레코드 1900을 기반으로 한 '뉴레코드'를 선보여 중형차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뉴 레코드는 얼마 전 까지도 '로얄'의 이름으로 장수를 누린 대우의 대표 차종이라 할 수 있다.
1982년 3월과 5월에는 제미니 베이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맵시 1500'과 '맵시 1300'을 내놓았다.
1983년 새한은 GM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양받으며 상호를 대우자동차로 바꾸었다. 같은 해 대우는 자체 기술로 'XQ' 엔진을 개발했다. '로얄XQ'와 맵시에 XQ 엔진을 얹은 '맵시나' 등이 속속 등장했다.
1986년에는 '국내 최초의 전자제어 연료분사장치 장착 차량'인 '로얄살롱슈퍼'가 등장했고 '월드카' 프로젝트 산물인 '르망' 또한 선보였다. 오펠의 카데트를 베이스로 제작된 르망은 40만 대 이상 팔린 대우의 성공작이었다.
이탈리아의 베르토네가 디자인한 대우 최초의 고유 모델 '에스페로'는 1990년 등장했다.
1993년 우리자동차판매(주)를 세워 판매 부문 강화 의지를 밝힌 대우는 동시에 '세계경영' 전략을 활발히 펼치기 시작했다.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인도, 우즈베키스탄, 이란,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 진출하여 2000년까지 해외 생산 100만대, 국내 생산 100만대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우자동차는 2000년 11월 부도를 내고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편입되었다가, 2002년 들어서 미국 GM의 자본이 들어와 GM대우오토&테크놀러지로 재출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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