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는 자동차를 통해 예술적 자질을 꽃피운 이탈리아 출신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가 1909년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몰샤임(Molsheim, Alsace)에 설립한 회사이다. 그는 예술가 집안 출신답게 부품 하나하나에 美的 감각을 불어넣고자 했는데, 후일 부가티의 상징이 된 말발굽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부가티 자동차는 에토레가 회사를 설립하기 전 다른 자동차회사에서 일할 때 만들었던 타입 1(Type 1)부터 타입 11(Type 11)까지 초기 모델도 있지만, 실제 역사는 1909년 몰샤임에 회사를 설립한 이후 만들어진 타입 12(Type 12)나 타입 13(Type 13)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초기의 부가티는 주로 직렬 4기통 엔진 차량을 생산하다가 1920년대에 들어와 직렬 8기통 엔진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타입 35(Type 35)는 1920년대부터 도입한 직렬 8기통 엔진을 장착하고, 드럼 브레이크와 휠이 일체형이었던 것이 경주에서 효과를 발휘하면서 유럽내 자동차 경주들을 휩쓸었고 그로 인해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부가티 차 중에서 최고의 명예를 누린 모델은 일명 '로열(La Royale)'이라 불리는 타입 41(Type 41)이다. 처음부터 왕족이나 부호들만을 위해 단 6대만 제작되어 희소 가치가 높고, 굵게 휘어지는 펜더 선을 비롯해 전장이 7m나 되는 차체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자동차이다. 에토레는 타입 41의 권위와 경외감을 상징하기 위해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코끼리(Elephant)'를 타입 41의 마스코트로 삼기도 했다. 직렬 8기통 엔진이 장착된 타입 41은 최고속도 161km에 3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할 정도로 성능 또한 자랑할 만 했다.
타입 41 이후에도 부가티는 '리틀 로열(Little Royale)'이라 불리며 '로열'의 명성을 이어 400대 가량 생산된 타입 46(Type 46), 에토레의 아들 쟝 부가티(Jean Bugatti)가 디자인해 부가티 모델로서는 유일하게 1937년과 1939년 두 차례에 걸쳐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우승한 타입 57(Type 57)을 선보이는 등 1920년대와 3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1939년 에토레의 뒤를 이어 부가티를 이끌던 아들 쟝이 타입 57을 테스트하던 도중 사고로 사망하면서 고비를 맞게 되었고, 1947년 에토레 마저 타계하여 부가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대로 된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급격히 쇠락해 갔다. 그러다가 1956년 타입 252를 마지막으로 유럽 고급차의 대명사이자 예술혼이 깃든 명차 부가티는 모든 생산을 중단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이후 부가티는 1963년 이스파노 수이자(Hispano-Suiza)에, 다시 몇 년 후 프랑스 국립 항공국(SNECMA)에 인수되면서 비행기 엔진 부품을 생산했다. 그러다가 35년이 지난 1991년 화려한 옛 명성을 되살리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탈리아 사업가인 로마노 아르티올리(Romano Artioli)가 '부가티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린다'는 모토로 부가티 아우토모빌리(Bugatti Automobili)라는 회사를 설립해 에토레 탄생 110주년 기념 모델 EB 110을 선보였고, 후속 모델인 EB 110S까지 발표했으나 1996년 파산했다.
1998년 우여곡절 끝에 부가티 브랜드는 대형차 시장을 개척하려는 폴크스바겐(Volkswagen)에 인수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부가티는 예전의 부가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그 이름 만큼은 전세계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자동차를 예술품의 경지로 끌어 올린 부가티의 옛 명성을 떠올리게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