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실현한 허버트 오스틴
1905년 12월 허버트 오스틴은 영국 롱브릿지에 '오스틴(Austin Motor Co. Ltd.)'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1910년대 초반까지 5리터에서 9.5리터까지, 4, 6기통의 다양한 모델들을 선보이며 생산량을 늘려갔고, 업계 최초로 주요 도시에 쇼룸, 정비소, 렌터카, 클럽룸이 함께 있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입지를 굳혀 갔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4년 무렵에는 모두 직렬 4기통 엔진이고 출력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 텐(Ten), 트웬티(Twenty), 써티(Thirty)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써티는 전기 라이트와 전기 스타터를 장착해 당시로서는 선진기술을 도입한 모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에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민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쟁에 사용될 군용 트럭이나 항공기 엔진 및 항공기 생산에 주력해 큰 수익을 얻었다. 전쟁이 끝나고 오스틴은 트웬티와 트웬티의 뒤를 이어 용량이 적어지고 가격도 더 저렴한 트웰브(Twelve)를 주력 모델로 선보였는데, 연간 생산량이 4,000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는 전후 피폐한 상황에서 자동차 수요를 감안해 볼 때 과잉 공급이었으며, 트웬티와 트웰브 이후 모델들이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판매 실적은 저조해져서 오스틴은 법정관리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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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최고의 인기 모델, 세븐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새로운 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허버트 오스틴은 18세 청년 스탠리 엣지(Stanley Edge)와 함께 시골 자신의 집에 틀어박혀 당구대를 작업대 삼아 모델 개발을 시작했다. 이리하여 1922년 발표된 새로운 모델은 696cc 직렬 4기통 엔진의 세븐(Seven)이었다. 1923년 747cc로 배기량을 늘려 1939년까지 약 375,000대가 생산된 세븐은 오스틴 최고의 인기 모델로 구조가 단순하고 정비가 쉬워 독일(Dixi), 미국(Bantam), 프랑스(Simca), 일본(Datsun) 등 여러 국가에서 생산되었다.
세븐
세븐의 성공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오스틴은 전후에도 식스틴(Sixteen), A30, A135, 프린세스 등 여러 모델을 선보이며 명맥을 이어 나갔다. 전쟁 후 대부분의 나라가 그랬듯이 당시 영국 정부도 '수출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였기 때문에, 수출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철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틴의 판매량은 영국내에서는 모리스에 필적하지는 못했지만, 수출 시장에서는 영국 수출 차량의 50%를 넘게 차지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 자동차 시장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1952년 오스틴은 모리스와 합병돼 BMC(British Motor Corporation)로 재탄생했고, 이후 모리스와 오스틴은 엔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모리스와 합병한 오스틴은 1957년 오스틴 A30의 뒤를 이은 A35를 선보였고, A50, A55, A90, A110으로 이어졌다.
명차 미니의 탄생
한편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면서 영국이 석유 수입에 차질을 빚게 되고 경제가 불안해지자 연비 효율이 좋고 경제적인 소형차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그래서 1959년 모리스의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알렉 이시고니스가 A30의 848cc 엔진을 가로로 배치해 공간을 최대한 절약해 만든 소형차 세븐 미니(Seven Mini)를 선보였다. 세븐 미니는 곧 '미니'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똑 같은 모델이 모리스 미니 마이너(Mini Minor)로도 판매되었다.
미니는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디자인이 특징인 소형차이지만 시속 112km의 속도를 낼 수 있었고, 핸들링이 좋아 튜닝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중 경주차 제작자인 존 쿠퍼(John Cooper)가 997cc, 65마력, 최고 시속 137km로 튜닝한 미니 쿠퍼가 1961년부터 1967년까지 44,859대 생산되었다. 미니 쿠퍼는 1964년, 1965년, 1967년 몬테 카를로 랠리에서 유수한 메이커의 차들을 물리치고 세 번이나 우승함으로써 기존 미니의 명성에 경주차로서의 명성까지 더했다.
1963년에는 1,071cc로 배기량을 늘인 쿠퍼S(Cooper S)가 생산되기도 했는데, 1971년까지 191,242대가 생산되었다. 이후 알렉 이시고니스의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디자인은 오스틴 1100, 1300, 1800, 2200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
로버에 합병되면서 80여 년의 역사를 마감한 오스틴
오스틴은 미니 이후에도 알레그로(Allegro), 프린세스(Princess), 앰베서더(Ambassador), 마에스트로(Maestro), 몬테고(Montego), 메트로(Metro) 등 꾸준히 새로운 모델들을 선보이고, 1985년에는 통산 천만 대 생산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1989년 로버(Rover)社에 인수되면서 80여년 역사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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