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발전의 원동력-혁신

세계 자동차 산업은 1886년 독일에서 자동차가 발명되면서부터 시작되어 20세기 근대산업을 선도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지난 110여년간 자동차의 기본 컨셉트는 크게 변화가 없었으나 산업은 변화가 많았다. 생산방식, 규모, 조직 등의 변화는 물론 기술의 진보로 얻어진 경제성, 편리성, 거주성, 생산성 등은 초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변혁을 이루었다. 초기 자동차산업의 생성은 결코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산업화 초기단계에서 각종 기계공업제품의 생산이 수공업방식에서 직공을 중심으로 기술이 축적되어 갔으며 특히 19세기말 미국에서 'Singer'와 'Colt' 브랜드로 유명한 재봉기나 총기류의 대량생산에서 얻어진 생산시스템은 20세기 초 미국 자동차산업의 도입기반이 되는 하부구조를 이루었다. 이 하부구조를 바탕으로 1910년대 미국의 포드사가 주도하는 컨베이어 방식의 대량생산이라는 첫번째 대전환에 의해 세계 자동차사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처음으로 이루어졌으며 다시 1950년대 유럽의 메이커가 미국의 대량생산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의 다양화(多樣化)가 제2의 발전과 대전환이 되었으며 1960년대 말 일본의 메이커가 생산 조직과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로 값싸고 품질 좋은 차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 제3의 발전과 대전환이 되었다. 이러한 산업발전의 기본 원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나기 위해 생성되는 생존원리인 혁신이다. 경쟁관계가 치열해졌을 때 산업은 새로운 혁신을 낳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근본적인 혁신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승자가 정해지는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이 혁신을 주도하고 기업간의 협력과 경쟁이 자동차사업의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생성

자동차 발명의 영예는 독일이 갖고 있었지만 당시 독일에서는 자동차를 위험물로 취급하여 여러가지 규제가 가해짐으로써 산업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고 1889년 프랑스 르왓손이 독일 다임러사로부터 특허를 사들여 세계 최초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면서 프랑스에서부터 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프랑스의 르노, 푸조, 이태리의 피아트 등 소규모 메이커가 수없이 생겨나 수공업 형태로 생산하였고, 수요도 부자들의 오락용이어서 소량에 불과하였다. 한편 미국은 철도건설에 주력하여 1850년에 이미 철도 총길이가 1만 4,520km에 이르렀고 20세기 초에는 40만km를 넘어서는 철도대국이 되어 있었으나 미국대륙은 너무나 광활하고 개인주의적 국민성과 풍부한 석유자원에 힘입어 자동차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게 되는 기반이 함께 조성되었고 1899년 올즈모빌사가 '세계자동차의 메카'로 불리우는 디트로이트에 자리잡아 훗날 제네랄 모터스(GM)로 발전하게 된다..

포드혁명'과 GM의 세계 제패

포드社는 1909년 세계 자동차사상 초유의 1600만대 기록을 갖는 '포드 T-Model'을 개발하면서 '포드生産方式'으로 불리우는 자동차사업의 혁명을 이루어 미국은 세계최초로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열어 나가게 되었다. 1920년대 들어 미국시장에는 이상한 변화가 나타났다. 1923년 미국 총생산 362만대 가운데 포드가 167만대를 기록한 이듬해부터 '포드 T-Model'에 싫증을 느낀 수요자의 다양한 모델욕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GM의 추격에 밀려 오늘날까지 GM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리에 머무르고 말게 되었다. 한편 1908년 GM을 창업한 윌리엄 듀란은 2년후 'Buick', 'Cadillac' 등 25개사를 흡수합병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였고 1923년부터 A.슬로안의 탁월한 경영 능력에 힘입어 오늘날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다..

BIG-3의 세계진출과 유럽시장의 확대

미국의 BIG-3(GM, FORD, CHRYSLER)는 1920년대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에 진출하였다. 유럽에 진출한 미국의 현지 조립공장은 유럽의 고관세장벽 때문에 현지에서 일괄 생산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꾸면서 미국의 제조기술에 유럽 메이커의 최고 기술을 향한 노력이 더해지면서 유럽시장은 생산 규모의 확대와 다양한 제품 개발이 이루어져 1970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1950년대초 유럽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할 무렵 미국은 세계 시장의 85.9%를 차지하고 유럽은 13.6%밖에 되지 않아 미국은 해외시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보호되어 시장변화에 둔감하였고, 스스로 자만에 빠져 기존제조방식이 최적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반면에 유럽메이커들은 제품차별화와 시장세분화 전략을 통해 서서히 세계 자동차산업의 강자로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일본도 급속한 경제성장과 독특한 생산방식을 바탕으로 경쟁대열에 진입하였다.

일본의 세계제패와 미·일·유럽의 3극화체제 형성

일본의 자동차산업은 1920년대 GM과 FORD의 일본 진출로 이루어졌고, 1936년 외국기업을 배제하는 법규로 일본 독자의 자동차사업이 새롭게 형성되었으나 군사목적과 트럭중심의 구조로 산업은 매우 취약하였다. 1950년대에 들어 한국 전쟁에 따른 특수경기, 외국차 진출 제한, 승용차 중심으로의 산업전환 등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1960년대 들어 자동차무역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일본도 수출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일본은 새로운 산업조직과 특유의 생산방식으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었고 '도요타생산방식'으로 대표되는 '간판방식'과 'JIT방식'에 'TQC'의 확산으로 일본 특유의 제조철학(製造哲學)이 뿌리를 내려 가장 경쟁력있는 산업기반을 이루었다. 이러한 제조기술이 가일층개선되고 여기에 1968년부터 불붙은 자동차대중화(Motorization)로 내수기반이 확장되면서 대량생산과 저코스트로 소형차급에서는 완전경쟁우위를 확보함으로써 1970년 530만대 생산기록을 세우고 1974년에는 268만대 수출 이후 현재까지 세계최대수출국으로 부상하여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3극화체제를 형성하게 되었다..

신흥공업국의 세계 진출

미국·일본·유럽의 3극체제 속에서 1980년대부터는 개발도상국과 동구제국이 저임금과 양산체제를 바탕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한국과 멕시코, 브라질 등 몇 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성공한 국가가 별로 없었다. 한국은 1962년 완성차 수입을 금지시키고 국산화정책, 중화확공업정책, 수출산업화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80년대 고도 성장에 따른 자동차대중화 진입기반을 바탕으로 소형차의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하여, 90년대 중반에는 세계 5대 생산국으로 부상하여 신흥공업국 중 가장 크게 성장하였다..

21세기 주도권 다툼과 새로운 산업환경

1990년대 들어 미국은 리엔지니어링·벤치마킹·리스트럭처링·다운사이징 등의 혁신으로 경쟁핵심역량을 다시 확보하고 일본과 각축을 벌이며 다시 세계 자동차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 WTO체제 출범 이후 세계 신교역 질서 하에서 선진국 소비자의 감성화·차별화 니즈(Needs)와 제4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있어 누가 어떤 사업전개방식과 생산방식으로 경쟁력을 갖느냐에 따라 세계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도
권의 변화는 먼저 다국적기업의 인수합병전략에 따라 BMW의 로버와 롤스로이스 인수, 다임러벤츠그룹의 크라이슬러 합병, 포드의 마쯔다와 볼보 인수, 르노와 닛산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제휴가 이루어져 21세기 초에 이르면 세계 자동차메이커는 소수의 다국적기업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